top of page

사냥꾼의 기하학 

얀 반 아이크 아카데미 오픈스튜디오 퍼블릭 프로그램

마스트리히트, 네덜란드, 2021

 

사냥꾼의 기하학은 스나이퍼의 사격연습 노트를 기하학적 모티브로 삼아 열개의 챕터로 구성한

퍼포먼스다. 사냥꾼과 목표물의 관계를 지시하는 시각자료는 퍼포머의 신체적 제스쳐와 의복의

관계로 감각적으로 연동된다. 20세기 초 인도를 배경으로 쓰인 호세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푸른 호랑이들 (1977)을 푸른 사슴들(2020-)로 고쳐쓰는 작업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내러티브

는, 호랑이와 사슴의 관계를 인간과 동물, 지배국가와 피지배 민족, 국가폭력과 개인의 관계로 확

장된다.

 

신화적 존재인 푸른 호랑이를 쫒는 사냥꾼이자 스피노자 연구자인 보르헤스 글의 화자는 1904

년에 발견된 푸른 호랑이가 사실은 검은 퓨마가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사냥꾼의 기하학은 1904

년에 서로다른 국가에서 촬영된 두 개의 사진:중앙 아프리카에서 집단학살된 헤레로 민족과 대한

제국 의병의 사진을 병치하면서 호랑이와 사슴의 구도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배치한다. 동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20세기 초에 촬영된 호랑이 사냥 기념사진을 반복적으로 병치시켜 지배

자의 제스쳐를 호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1968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이 살육을 즐기는

듯한 포즈와 표정을 한 채 촬영된 사진과 마주한다.

 

boram_soh02_C6A0523.JPG

사진제공. 로미 핀케

Taxidermists' waiting room

The Brain Mixologist, A Tale of a Tub, 로테르담, 네덜란드, 2021

                                                                                      

박제술은 동물의 가죽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동물의 사체에서 껍질을 벗기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처리한 후 살아 있을 때와 같은 모습을 재현한다. 박제술사의 대기실은 이러한 과정을 사슴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사유하고, 흩어진 ‘너’의 몸의 제스쳐를 ‘나’의 몸을 통해, 식물발효에서 출현한 새로운 ‘살과 껍질’을 통해 재현하여 박제하기를 시도한다.

홍차발효가죽은 혐기성 물질이다.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는 산소가 없는 원시바다에서 처음 발생했고, 당을 분해하여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며 에너지를 얻었다. 이 분해 작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광합성을 하는 새로운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바다에 산소가 공급되었다. 발효가죽 배양수조는 인간과 동식물의 몸, 그리고 바다와 대지에서의 생성과 소멸을 지시하는 장치이자 산소가 없었던 35억년전 과거와 산소가 줄어드는 미래, 수소레벨이 증가하여 산성화되는 몸을 매개하는 축소모델이다. 배양되는 물질은 몸의 경계를 확장된 시공간과 장소에서 재배치하기 위한 ‘인공조직, 살, 피부,껍질’로서 실험된다. 나는 이 배양액의 위 아래의 레이어에서 다르게 확장되는 몸의 형태를 서로다른 신체조직에서 거주하는 미생물군집체와 피부조직의 관계로 비교해나가며 내부와 외부,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소멸과 재생 등의 몸의 경계에 대해 질문해가고 있다. 전시장의 밀폐된 공간에서 발효가죽의 생성주기에 따라 3주에 한번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공간과 연결된 외부 모니터를 통해 투사되고, 내부 공간은 벽에 뚫린 몇개의 구멍을 통해서만 분절된 채 공개된다.

 

*오션 뷰옹의 장편소설_On Earth We’re Briefly Gorgeous, 2019

A-Tub_063.jpg
PHOTO-2021-09-11-21-03-38.jpg

사진제공. A Tale of a Tub

boramsoh@gmail.com

Copyright © SOHBORAM 2013 - 2024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