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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대여소,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96번지, 2017

 

대낮의 선미촌을 걷는 젊은 여성인 나는 종종 성매매산업 종사자로 오해되었고, 생면부지의 타인들은 내게 다가와 낮에도 들어갈 방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Place de Clichy역 근처에 2년동안 살았던 적이 있는데, 저녁이 되면 동양인 여성 성매매산업 종사자들이 지하철 역 앞에서 호객행위를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종종 성매매 여성으로 오해되었다. 공공장소에서 나에게 가격을 물어오던 순간은 위협적이기도 했다. 〈가면대여소〉는 이 오해의 과정에서 출발했다.

 

곁눈질로 호기심을 표현하며 거리를 기웃거리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 무리, 대상을 똑바로 응시하며 유리문을 열어젖히는 남성과 동물 가면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동물가면을 쓰고 대낮의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과 선미촌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대여소 운영기간 동안 호스트로 상주하며 관람자에게 동물가면을 빌려주고 휴대폰으로 셀피를 한 장씩 찍어와 달라고 요청하였다. 관객이 가져온 사진을 엽서로 인화하여 전시하였고, 가면을 매개로 보는 행위와 그 대상과의 관계, 그리고 그것을 전시하는 행위 사이에 발생하는 심리적 경험을 제안하였다. 열흘 동안의 프로젝트 운영기간동안 두 명의 남성이 나를 성매매 산업 종사자로 오해하여 대여소 공간 뒤에 있는 방을 열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가면을 쓰고 함께 놀자고 제안하며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그 중 한명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었는데, 나는 그에게 “I am not a prostitute.”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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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Vs 그것, 명산여관, 전주시 2017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며, 우리가 마주한 세계에서 관계를 맺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다.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인간은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걸까? 로드킬로 인한 동물의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과 마주한 동물의 눈을 마주했던 경험으로부터 동물의 죽음과 나의 관계, 그리고 죽음의 위계에 대하여 질문해 보고자 했다. 전시장소였던 명산여관의 구조는 좁고 긴 복도와 여섯개의 방, 여덟평 정도의 외부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이러한 건축적 구조와 전기가 없는 환경은 죽은 동물의 상태를 경험하는 장소로 제시되었다. 관람자는 여관입구의 첫번째 방에서 손전등을 대여하여 어두운 복도와 방에 설치된 비문을 관람하게 된다. 손전등은 로드킬의 기록을 비추는 빛이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은유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곳곳에 배치된 성경 구절을 통해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이름 붙이고 묘사했는지 추적해 보았고, 공중위에 떠있는 동물 탈을 전시장 출구에 배치하여 관람자에게 동물이 되어보는 행위를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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