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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을 위한 노트, 175갤러리, 2019

미신은 체계화되지 못한 파편화된 현상들이다. 미신(迷信: 헷갈리 미, 믿음 신) 이라는 어휘는 가치판단을 포함하는데, 만약 믿음의 대상이 정당성을 부여받은 종교와 과학의 합리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모두 미신으로 분류된다. 安을 위한 노트는 한국 사회에서 미신의 범주로 인식하는 하나의 미스터리한 감각적 징후인 '신병'으로부터 개인은 탈주할 수 있는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일종의 미신적 행위에서 발생한 개인의 이미지가 신화적, 종교적 이미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추적하고, 그것을 재조합하여 해체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안재영은 일상에 내재돼 있는 불안한 기호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을 거부하고 반사하려는 양가적 태도에서 작업을 출발한다. 전시되는 세 개의 애니메이션은 꿈속에서 등장하는 시체들과 백색의 섬광, 흩날리는 부드러운 천, 날카로운 사물들이 발생시키는 불안의 감각을 평면적으로 만들어 의미를 누락시키고, 휘발시킨다. 일종의 방어흔으로 자신의 몸에 즉흥적으로 새긴 문신처럼, « 신당 2018-2019»에서 제시된 세 개의 영상은 개인이 감당하는 무거운 운명에게 가볍게 화답하고 불안한 위치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개인의 염원에서 비롯된다.

 

소보람은 안재영의 몸에 새겨진 문신 이미지(安, 푸른 마름모, 화살, 빨간 머리 앤, 피글렛, 미키마우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주목하여 각각의 이미지를 안재영의 불안에 방어/반사하는 주술적 선언으로 읽는다. « 安을 위한 도표 2018-2019»는 안재영의 문신 이미지와 신화적 이미지 사이에서 그리는 행위와 이미지, 그것을 그리는 사람 간에 작동하는 주술적 믿음과 호기심으로 부터 출발한다. 신화에서 ‘부활’ 혹은 ‘재생’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죽음은 희생 번제와 짝을 이루어 절대적 빛으로 되살아난다. 소보람은 별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옮기던 고대인의 상상에 기대어 숫자 12에서 신과 관련한 기호의 근거를 찾고 있다. 무덤의 방위를 지키는 십이지로부터 고대 신화에서 등장하는 이미지와 언어, 색깔, 숫자와 관련한 기호체계를 조합하여 일종의 믿음의 시스템을 향한 패널을 구성한다. 안재영의 생시가 12월12일 자시라는 점은 오컬트적인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촉매였으며, 安이라는 고대 문자가 가진 함의처럼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머무는 심리적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도표에서 기호와 이미지만을 떼어내어 새로운 서사로 쓰인 «GOOD LUCK 2019»과 «GET YOUR FORTUNE 2019»의 시나리오를 통해 ‘허구의’ 운세를 선택하는 가벼운 행위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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